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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생각하다

글. 오창섭

 

 

딸이 이겼다. 딸의 승리로 새로운 식구가 생겼다. 조그만 말티즈Maltese 강아지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지난 3년간 끊이지 않았던 딸의 요구, 제발 강아지를 키우게 해달라는 딸의 요구를 이번에는 뿌리칠 수 없었다. 그동안 나는 딸의 요구가 순간적인 충동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요구를 잠재우기 위해 대체물로 유혹도 해보았고, 버려진 강아지들을 키우고 있는 곳(유기견 보호소)에 데려가 실상을 직접 체험하게도 했다. 하지만 딸의 요구는 집요했고 지속적이었다. 부모가 어떻게 자식을 이기겠는가?

딸은 각서를 썼다. 자신이 스스로 강아지의 모든 것을 책임지고 키우겠다는 각서 말이다. 하지만 나는 안다. 결코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을……. 그리고 나는 또 안다. 배변, 목욕, 산책, 미용, 예방접종, 먹이구입 등 강아지를 키우면서 발생하는 일들이 결국 나의 일이 되고 말 것이라는 사실을……. 아내는 그 낯선 존재의 입성을 처음부터 반대했다. 나도 처음부터 그랬어야 했는데 마음이 약해 그러지 못했다. 딸은 나에게 틈이 있다는 사실을 놓치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자신의 요구가 실현될 수 있는지를 잘 알고 있는 협상가처럼 각서까지 써가며 나를 설득했다.

엄밀히 말해 강아지가 우리 집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딸의 확신이나 각서가 아니라 ‘강아지를 키울 수 있다’라는 나의 확신이 필요했다. 하지만 나는 확신 근처에 가보지 못했다. 결국 확신 없는 어정쩡한 마음의 상태에서 강아지는 식구가 되었다. 이제 나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노동을 딸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라고 미화하는 최면술일 것이다.

강아지가 식구가 된 후로 많은 것이 바뀌었다. 집에서 여가를 보내는 방식도 바뀌었고, 가족간의 대화 주제도 바뀌었다. 아침에 신문을 읽는 자리도 바뀌었고, 물건들의 위치도 바뀌었다. 거리를 지나가는 온갖 종류의 강아지들과 강아지를 끌고 산책하는 이들의 몸짓을 내가 주목하기 시작한 것도 변화의 한 내용이다. 강아지와 함께한지 이제 겨우 보름 정도가 지났다. 여러 가지로 신경은 쓰이지만 우려했던 것만큼의 사태는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러고 보면 최근 들어 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늘어난 것 같다. 동물을 키우는 가정의 증가는 사회가 그만큼 퍽퍽해졌다는 증거일지 모른다. 사실 산업자본주의의 등장과 그에 따른 기계화의 진전은 인간이 동물과 맺는 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그 이전까지 동물은 인간과 함께하면서 인간생활에 필요한 노동력을 제공하는 유용한 존재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관계는 지금처럼 건조하지는 않았다. 일정 부분 교감과 소통이 있는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산업화의 진전에 따라 기계는 동물들의 자리를 꿰찼다. 경운기나 트랙터가 밭을 갈던 소를 대신하게 되었고, 자동차나 기차는 말의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다. 손님이 왔음을 알리고 침입자로부터 집을 지키던 강아지는 초인종과 경보장치에 밀려났다. 이로써 동물은 더 이상 인간과 함께 생활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동물들은 다음 3가지 중 한 자리에 각기 분산 배치되었다.

그 첫 번째는 산업화의 자리였다. 축산업! 이것이야 말로 산업의 맥락에 자리하게 된 동물의 달라진 위상을 잘 표현하는 이름일 것이다. 산업의 맥락에서 동물들은 존중받는 생명체이기보다는 이윤을 만들어내는 고기 덩어리에 불과하다. 그도 아니라면 양계장의 닭들이나 공장형 축사의 젖소들과 같이, 빠른 호흡으로 생산물을 만들어내는 살아있는 생산 기계라고 해야 할 것이다.

산업화의 맥락에 동물이 자리함에 따라 우리는 죽어가는 동물의 눈을 마주하는 불쾌한 경험을 하지 않고서도 고기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직접 닭을 키우지 않아도 대량생산된 달걀을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게 되었고, 직접 우유를 짜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든 우유를 마실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어딘가에는 자신을 고기로만 바라보는 주인의 욕망에 얽혀 옴짝달싹 못하고 살아가는 동물들의 처량한 눈빛이 있을 것이고, 또 다른 곳에는 알 낳는 기계가 되어버린 닭들의 퍼덕거림과 우유 생산 기계가 되어버린 소들의 무표정한 얼굴이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관람의 대상이라는 자리다. 우리는 동물원에서 관람의 대상으로 존재하고 있는 동물들을 만난다. 동물원은 인간 주변을 떠난 동물들을 모아놓고 가까이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디자인된 근대적 공간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곳에서 우리는 동물들의 진면목을 볼 수가 없다. 사자는 졸고 있고, 사슴의 시선은 나른하다. 새장에 갇혀 날지 못하는 독수리는 독수리라기보다는 마치 또 다른 존재처럼 느껴진다. 사냥을 해야 할 필요도 없고 포식자로부터 몸을 피해야 할 필요도 없는 곳에서 동물들은 새로운 종이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세 번째는 애완동물이라는 자리다. 산업화의 진전에 따라 일의 공간과 여가의 공간이 명백히 나누어지기 시작하였다. 공장이 삭막한 일의 공간이었다면, 가정은 일터와 대비되는 포근하고 안락한 여가의 공간이었다. 돈을 향한 경배가 심화되면 심화될수록 일의 공간은 삭막해져 갔고, 일의 공간이 삭막해질수록 가정은 그 반작용으로 포근함과 안락함의 기호들로 채워졌다. 동물의 형상 역시 포근함과 친근감을 드러내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자연스럽게 동물 모양의 인형과 제품들이 가정을 채우기 시작했다.

애완동물은 같은 맥락에 자리한다.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물이 돈을 매개로 관계하는 사회에서 개인들은 자유와 독립성을 획득했지만, 그것은 고독과 소외라는 기회비용을 필요로 하는 것이었다. 도시라는 소외되고 고독한 공간, 치열한 경쟁이 일상인 공간에서 개인들은 애완동물을 통해서 외로움을 달래고 스스로의 존재감을 확인받는다. 돈이 없다고 무시하지도 않고, 무능하다고 꾸짖지도 않으며, 공부하라고 잔소리도 하지 않는 동물! 오로지 자신만을 바라보며 놀아주고 반겨주는 동물! 삭막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이 꼬리를 살랑거리며 다가오는 동물들을 뿌리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오창섭 오창섭은 서울대학교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문화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디자인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나서는 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저서로 『내 곁의 키치(『디자인과 키치』 개정판)』, 『이것은 의자가 아니다: 메타디자인을 찾아서』, 『인공낙원을 거닐다』, 『9가지 키워드로 읽는 디자인』, 『제로에서 시작하라』 등이 있으며, 현재 건국대학교 디자인학부 교수로 재직하면서 ‘메타디자인연구실 (Meta Design Lab.)’을 운영하고 있다.

 

일러스트레이션_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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